정 재 하
동해경찰서 천곡지구대 순경

헌법재판소가 정신보건법 제24조1항, 2항이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잃은 위헌적 제도로 보고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 으로 개정되어 2017년 5월 30일부터 시행중이다.

기존 정신보건법 24조 1항은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의 입원 필요 소견이 있으면 본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정신병원에 입원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정신보건법 24조 2항은 자신 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 “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입원 하도록 요건을 마련해 놓았다. 즉 정신질환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보호입원이 가능했다.

그러나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첫 2주 이내의 진단입원 기간 이후에는 서로 다른 기관의 전문의 2인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만 치료입원이 유지될 수 있다.

또한 자신 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 “그리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보호입원 하도록 개정되었다. 즉 두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것이다.

핵심은 보호입원 요건이 강화되어, 기존 정신보건법에 의해 보호입원 시킬 수 있었던 정신질환자라 하더라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입원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대비하여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경찰관이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행정입원을 위한 진단과 보호신청을 요청할 수 있는 과정이 추가되었다.

경찰관으로부터 진단 및 보호 신청을 받은 지방자치단체장은 즉시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에 대한 진단을 전문의에게 의뢰해야 하고, 진단의뢰를 받은 전문의는 대면진단을 한 후 그 결과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통지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전문의로부터 자타해위험이 있어 그 증상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인정을 받으면, 2주의 범위 내에서 기간을 정하여 지정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게 할 수 있다. 이것이 행정입원 절차의 대강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경찰관이 정신질환자의 동의 없이 의료기관으로 강제 호송하는 것은 인권 침해 및 위법소지가 있어 금지하고 있다.

또한 응급입원 조치가 있다. 정신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큰 사람을 발견한 사람이 그 상황이 매우 급박해 다른 유형의 입원을 시킬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다. 응급입원은 그 요건과 절차가 다른 입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단한 대신 단기로만 입원시킬 수 있어 급박한 상황에서 사회 안전과 인권의 균형을 이루려는 제도이다. 기존 정신보건법은 응급입원기간을 72시간으로 정하고 있었으나,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공휴일을 제외한 3일 동안 응급입원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개정된 정신건강보건법은 보호입원 요건을 강화하여, 정신질환자의 입원 남용을 방지하는 등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행정입원과 응급입원이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으므로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더욱 보장하기 위해서는 행정입원과 응급입원을 폐지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깊은 산중에서 발원하는 호수도, 굽이굽이 바위와 계곡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수천 수만갈래의 지류를 형성하기 마련이다. 깊은 산중의 호수에서, 산과 계곡의 지세를 내려다보며 지류가 어떻게 형성되리라고 예측 할 수 있을까? 인권보호라는 이상이 산중에서 발원하는 호수라면, 이 이상이 현장에서 적용되는 구체적 상황은 지류라고 할 수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의해 정신질환자를 보호해야 하는 경찰관은, 인권보호와 정신질환자 보호, 공공질서 보호 및 위험방지 등 교차하는 여러 가치 속에서 적절한 대응을 취하여야 한다. 행정입원과 응급입원 제도는 교차하는 가치를 침해하지 않고 모두 균형있게 달성하기 위한 유용한 제도이다. 경찰관은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호 취지를 명심하면서, 긴급한 경우 행정입원 제도와 응급입원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면, 인권보호와 위험방지라는 두가지 가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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